제묵이 지나치게 낯간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것도 친구의 권유, 그러니까 이 블로그의 주인장께서 '글로 마음을 표현해봐. 재밌을 것 같지 않니?' 라고 묻는 바람에 혹해서 쓰게 된 겁니다. 뭐, 제 인생에 아주 심각한 일이 있다거나, 있었다거나, 있을 것은 아닙니다. 물론 미래는 모르지만요. 하지만 한때 그런 심각한 일이 있을 것이고, 있으며, 있었다고 생각한 적이 존재합니다. 


당시의 저는 2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서는 혈기왕성한 대학원생이었습니다. 대학원은 따분하기 그지 없었지만 정신을 못 차렸던 저는 착하기는 하지만 격이 조금......낮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여성혐오나 성차별적인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으며, 음담패설로 밤을 같이 지새웠습니다. 지금 와서 회상하면 말 그대로 흑역사지만, 어찌 보면 지금의 저를 만든 일이 그런 잘못된 행동의 반작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당히 위험하기 그지없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논문은 제쳐두고 부모님의 잔소리나 용돈 등은 이리저리 흘려버린 채 방탕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트젠이랑 해보면 어떨까?"


성소수자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지만 '트젠'의 의미는 대충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저것이 아주 모욕적인 뜻을 담은 문장인 줄은 아예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트랜스젠더 분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곧 긴 시간 동안 음담패설을 벌였습니다. 저는 친구들로부터 많은 용어를 알게 되었고, 차마 입에 담기가 두려운 추잡한 대화를 지나 마침내 저희 대학에도 트랜스젠더가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믿을 수 없었죠. 그냥 변태처럼 느껴졌으니까요. 바바리맨이 제 옆에 누워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격한 부정을 했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늘 그렇듯 대학원 수업을 들으려 나갈 준비를 했는데, 친구의 말이 떠나가질 않더군요. 우리 대학에도 있다니, 누굴까? 그때부터 저는 내 주위에 있는 성소수자가 누구일까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변태들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역겨워.' 의 관점에서였지만요. (성소수자 분들께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내에서 동아리까진 아니지만 일종의 커뮤니티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있던 겁니다. 사실 저만 모르지 대부분 다 알고 있던 거였죠. 물론 시선은 곱지 않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학생들 중 반은 속된 말로 상당히 '빻은'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레즈비언은 남자한테 박혀봐야 돼.'

'게이는 개새끼라서 게이새끼? ㅋㅋ'

'바이들은 존나 카사노바들임'

'트젠한테 박아보고 싶다'

'무성애자들은 못생겨서 그러는 거야. 자기랑 해줄 사람이 없잖아?'


이런 말들이 공공연하게 그들에게 쏟아졌습니다. 퀴어라고 속이고 모임에 참가하면서 완전히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대는 놈들이었죠. 저 역시 혐오심과 궁금함이 뒤섞인 마음으로 참가했었지만 제가 내뱉은 말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자 갑자기 모든 혐오가 제게 쏠렸습니다. '내가 저런 말을 했나?' '내 수준이 저렇게 낮았나?' 진심으로 제가 혐오스러웠고 인간 이하로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젠더'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인권에 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죠. 예전의 친구들과는 멀어지고 서서히 제 주변엔 몇 명의 퀴어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전 아주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되었죠. 제 미래의 아내가 거기 있었던 겁니다.


제 아내는 MTF 트랜스젠더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개과천선을 한 저였다만 트랜스젠더 분을 뵈기란 쉽지 않았던 터라 낮설었습니다. 저희는 천천히 친해졌고,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여자로 보는지, 아니면 태어날 때 성별인 남자로 보는지 의문이 갔으니까요. 더해서 그녀를 혹시 환상의 충족이라고 보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뭐랄까요. 최근에는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저는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저보다 아는 것도 많고 진지합니다. 인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행동을 합니다. 제게 없는 용기는 그녀에게 있고, 그녀를 언제까지고 지지할 것입니다. 저는 근래 들어 유투브나 블로그 등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맛있게 먹어줄 때마다 행복해 죽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망칠 때도 있고 재료값 버렸다며 혼을 내기도 합니다만, 그건 제가 잘못한 거니 뭐 어쩔 수야 없죠......


중요한 그녀는 제가 사랑하는 여자이자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제 아내가 포스타입을 하는지 마는지 모르지만, 또한 트랜스젠더 분들이 얼마나 이 글을 보실지도 모르지만, 확실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도 변합니다. 제가 그 예시이죠. 제가 얼마나 더러운 인간이었는지 기억하고 있기에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절 변화시킨 건 바로 제 아내이고, 성소수자 분들입니다. 아내와 그분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글을 어떻게 마쳐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저 성소수자 분들, 더해서 다른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합니다. 이 글에서 제가 잘못 작성한 발언이 있다면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고마워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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