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녀는 종종 이렇게 물었다. 나는 나름 다양한 방식으로 응수했다.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지. 밤을 불태워야지. 아직도 가보지 못한 에버랜드를 갈까. 별 수 없어, 그냥 죽는 거지. 그녀는 그때마다 웃었고, 나는 무심히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질문을 하는 횟수가 점차 많아질 때마다 난 따분해졌고 무엇보다 딱히 내가 좋아하는 주제는 아니었다. 질문과 대답, 이분법으로 나누어서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선호는 조금 더 현실적인 말들이었다. 현실적인 가정, 현실적인 세계.


그녀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다루었다. 장담하건대, 그녀는 어느 정도 그 분야에 미쳐있는 것 같았다. 이런 표현이 옳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는 약간의 자폐 기질이 있었던 것 같다. 비록 내가 정신병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그것 또한 나와는 맞지 않았다. 나는 지구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녀는 우주 속에서 살아갔다. 차라리 그것뿐이었다면 모른다. 그녀는 나의 재미없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0분을 훌쩍 넘게 지루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그녀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말을 들어줘야만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내 영혼에서 자라나는 당신을 향한 칼. 그녀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나는 오히려 속에 독을 품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건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이고 치기였다. 나는 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차분히 이야기를 들었지만, 속으로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넌 안 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었다. 그건 내게 상대적인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었고, 그녀가 내 인생에서 참으로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왜냐하면 난 점점 그녀와의 모든 일상에서 흥미를 잃어갔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는 정말로 정신병자였던 것 같다. 오히려 지금 연락을 안 하고 지내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난 그녀가 이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인의 말을 듣지 않았고, 큰 목소리로 욕을 해댔고, 내가 무슨 불만이 있는지는 깡그리 무시한 채 우리의 관계가 어쩌고 하면서 항변했다. 토할 것 같았던 순간 모두들. 재미없고 지루했던 순간 모두들.



그래도 난 왜 너를 사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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