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라져갈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네요

몇 백 킬로미터 떨어진 그곳에서

나는 수 개월이 지나고 지나서야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하얗고 바스락거리는

창호지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종이에는 

그래요, 연꽃과 함께 당신의 이름만이

사기 항아리도 아닌 나무 상자에 담겨 그저 고요히 있던

어째서 사기 항아리가 아닌지 나는 의문을 목 너머로 삼켰죠

혼자 돌아온 이 땅에는 그저 먼지만이 돌고

어지러운 세상, 똑같은 정치인이 똑같은 정치를 하며

선동하고 비판하는 그들에게서 나는 눈을 돌리고

오직 투명한 유리 너머 

영혼 같은 나의 모습과 마주 보는 당신의

사기 항아리일까, 나무 항아리일까, 재로 남은 뼛가루일까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고

이제 나이가 든 스님에게서 모든 게 변한 마을에서 

눈을 돌려야 했고

사기 항아리일까, 나무 항아리일까, 재로 남은 뼛가루일까

원망입니까, 그리움입니까 ,사랑입니까

나는 떨어져 있듯 몇 백 가지 질문을 뒤로 하고 

그저 알 수 없는 당신을 뒤로 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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