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빛 피부 살짝 봐 버린 맨살

땀을 닦는 저고리에 난 반해버렸어

그 나무꾼 이름이 뭐래요?

글쎄 네가 알아서 뭐하게?


뚜루루루


이런 거 익숙하지 않아요

하지만 한 번만 봐주세요

두레박을 타고

땅에 내려가고 싶어요

아주 착하게 있을 게요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게요


그래도 울지 않을 테죠

여우비는 내리지 않을 테죠

참나무 숲 속 홀로 있을 그이

북실거리는 하얀 꼬리 숨기고 

몰래 찾아가자


청룡님 하루만 인간이 되게 해주세요

삼 천년 동안 물을 길었어요

불도 때고 밥도 지었어요

하얗고 고운 손으로 농사도 지었는데

하루만 인간이 되게 해주세요

바로 돌아올 테니까요



내일은 맑을 텐데



바리여신님, 저 못된 청룡님 보세요

삼 천년 부려먹고 아무것도 해주질 않네요

궁녀들 모두 시집갔는데

삼 천살 넘은 여우 혼자 남아 늙나요?

높디 높은 하늘나라 

여우비라도 내려버릴라


백옥 박은 화관 쓰고

원앙 수놓은 활옷 입고

모란도 꽃신에 박음질하고

가마는 들썩들썩

자청비님 백년해로 쌀 주신다네


오늘은 하늘나라 여우 시집 가는 날


바리여신님, 삼 천살 넘은 여우 혼인하게 해주세요

하루만 인간이 되게 해주세요

수탉을 상 위에 세우고

붉은 옷을 입은 날

매일 보고 싶은 그이

비녀 꽃은 쪽머리를 첫날밤에 들이밀자



너무 부끄러워



육도팔계 신령님, 삼 천살 넘은 여우 혼인하게 해주세요

하루만 인간이 되게 해주세요

검은 댕기머리 난초향을 풍기고

노란 저고리 다홍치마

당초무늬 신을 발에 끼운 여우 처녀

손가락은 하얗고 곱기만 하구나



참나무 숲 속 홀로 있을 그이

그러니 하루만 인간이 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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