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처음 봤을 때 걸렸던 네 몸의 멍 보랏빛 멍 시퍼런 멍 하얀 팔에 벌벌 떨리는 멍은 그들은 보라색 푸른색 호수가 되어 널 집어삼키고, 이윽고 피어싱과 장애인과 동성애자와 가정폭력 피해자와 발설해선 안 되는 위치와 비밀스러움으로 가득 찬 이 공간에 네가 등장했을 때,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정리 되지 않았던 긴 생머리와 그 안에 숨겨진 사실 누구라도 갖고 있는 겁먹고 위압되고 수축한 동공에 스스로 자조하며 다가가고 소보루빵을 좋아하는 네 모습 더 먹고 싶지만 남 눈치에 먹지 못하는 네가 안쓰러워 내가 내민 마지막 조각에 너는 처음으로 웃었으며 나는 오이를 좋아하지만 너는 그 단단함에 네게 무자비하게 박혀들었던 성기가 생각나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공감할 수 있었고 같은 일을 당한 적이 있었고 하지만 나는 너 정도는 아니었기에 너의 수줍음 안에 숨겨진 억압과 공포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널 달래주고 싶었고 위로해주고 싶었고 온갖 빵집에서 온갖 소보루빵을 구했어 나는 네가 먹는 게 좋아서 더욱 열심히 노력했고 사실 잘 몰라 나도 이런 건 잘 몰라 너는 억압되었고 위축되었고 정상은 아니었음에 불구하고 너는 악몽을 많이 꾸었고 종종 경기를 일으켰고 무엇이든 혼자 하기를 두려워했어 서서히 변해가는 내가 난 두려워서 나는 새디스트여서  저 아이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냥 도착증이라도 있는 것인지 괴로움과 고통에 빠진 네게 사랑을 강요할 자신은 없음에 그렇지만 흔들리는 흑발이 좋았고 많아지는 네 미소가 좋았고 그때마다 하늘이 열렸고 땅이 펼쳐졌고 나무가 자라나고 꽃이 피었어 흑발에 따라 부는 바람과 울리는 풍경은 문득 눈물을 상기시켰고 그 눈물은 이윽고 내가 널 생각하며 간밤에 몰래 했던 자위에서 흘린 애액이 되었고 스스로 미친년이지 한숨쉬고 울다가 너를 보면 웃기에 바빴다 너는 같은 성향이 아닐 것 같아 무던히도 애썼던 날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때는 우리가 이야기했을 때 진지하게 말했을 때 네게 고백했을 때 네가 얼굴 붉히며 받아들였을 때 설립된 관계는 넓다란 세상이 되지 너는 나의 꽃이자 나비고 내게 찾아오는 한 줄기의 봄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원피스를 너는 봄에 한 첫 데이트날에 입었고 나는 네 그 연약한 다리에 침을 삼켜야 했어 아직은 안 되 아직은 안 되지 우린 조금 더 있다가 할 거야 우리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가 되면 할 거야 난 너를 원해 사랑해 그렇기에 지금 하지 않지 그래도 소보루빵을 좋아하고 원피스 밑 만지고 싶은 다리는 여전하니까 말야 늘 흩날리는 공기와도 같이 너는 그 자리에 있지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사실 공기는 가장 소중한 거니까 넌 날 숨쉬게 하니까 공기를 껴안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것이야 없는 듯 보여도 있는 것이거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은 더 먹어도 괜찮아 여기 앉아도 좋고 누워도 좋아 키스해주면 더 좋고 하지만 안 해도 돼 어차피 너의 존재는 늘 나를 안아주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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